|
2007-10-03 20:55:12 , Monday
날이 갈수록 무덤덤해질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더 힘드네요.
큰딸이니까. 넌 나이가 많으니까. 근데 저 나이 한번도 여태까지 많다고 생각해본적이 없어서 그런식으로 말씀하시니까 너무 힘드네요.
워낙 동생이 귀하게 자라서, 귀하고 착하고 잘생기고 공부 잘하는 동생이라서. 동생보다 공부 잘하는게 유일한 낙이였고, 그걸로 칭찬 받아오는것도 좋았고. 부모님이 은근히 제 자랑하는 것도 알고있었고.
근데 제 자랑이나 제 장점은 거기까지였나봐요 자랑거리 ㅋㅋㅋ
그냥 자랑거리 있으면 그만 없으면 거기까지.
나름대로 힘든일 많은데 부모님 일까지 겹치니 힘들더군요.
그래서 딱 한번 맘먹고 발악한번 해봤었어요.
자꾸 집 나가시기에 한번만 더 집 나가면 내가 집 나갈거라고 가방싸고. 학교 그만둔다고 해보고.
그랬더니 대번 아빠 따라가란 말이 나오고 엄마 따라가란 말이 나오고 대신 동생은 데려가셔야겠다네요. 어릴때부터 알았어요. 아무리 열손가락 깨물어서 안아픈 손가락 없다지만 그중에 그래도 덜아픈 손가락 있고 더 아픈 손가락 있는거잖아요. 그 말에 몹시 상처받았지만 술김에 하신 일이라고 생각하고 부모님 싸운 자리까지 제가 다 치웠어요.
근데 갑자기 아빠랑 엄마랑 싸운다음에 엄마가 그러시대요 너 왜 집나간다고 해놓고 안나가냐고 ㅋㅋㅋㅋ
어릴적부터 삐딱선 탈걸 그랬나. 겁이 많아서 진짜로 가출은 못하겠네요. 차라리 어렸을때 이러시지. 왜 나 어렸을땐 한번도 안이러다가 갑자기 어중간할때 이러셔요. 어렸을때면 그냥 사춘기라서 더 민감하려니 하고 지나갈텐데 이젠 내 기분을 표현할수 있는 단어가 너무 많네요. 그래서 더 내 속이 뒤집어져요.
속이 날마다 날마다 하루에도 몇번씩 가슴이 답답하고 그래요 그러다가 학교가면 또 미친년 소리 들을만큼 자상하고 웃어요 집에만 오면 속이 너무 답답하고 혼자 있을때도 소리지르고 별것도 아닌 일에 울고
엄마랑 아빠랑 싸우기 전에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친구들이랑 싸워서 서먹해지기 전에도 그런생각을 했었어요.
난 진짜 행복하구나 복받은 사람이구나.
자만했었나 봐요, 벌주시는거면 그만좀 하셨으면 좋겠어요.
큰숨도 못쉬겠어요 그냥 다 죽어가는 사람처럼 색색거리는 숨소리밖에 못내겠어요 죽고싶은데 죽을 용기가 없으면 그냥 살아야하는데 이젠 어디에도 있기 싫어요 학교에도 있기 싫고 집에도 있기 싫고 밖에도 나가기 싫어요
전 그말듣고 정말 가슴아팠는데. 본인들 힘들다고 날 내세워서 대변할 마음을 갖고 있는 엄마아빠가 진저리나게 두렵고 화났는데 아무렇지도 않나봐요 ㅋㅋㅋ 아빠 안들어오면 학교 안간단 말에 너무 쉽게 그럼 가지마에 욕까지 해주시고 ㅋㅋㅋ 너 학교 안나간다며 왜 나가 하는 엄마 말에 눈앞이 하얘져서 쓰러질것 같았어요 생각만 하면 토할것 같아요
정말로 진심으로 날 왜낳았을까요. 짚신도 쓸모가 있다는데 제 쓸모는 뭘까요. 무슨 삼류영화같네요 ㅋㅋㅋㅋ 별점도 제로인 삼류영화 ㅋㅋㅋ
며칠뒤면 생일이라는게 더 역겹네요ㅋㅋㅋ 절 낳고 딸일때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우리 엄마랑 아빠는. 정말로 즐거워했을까요 ㅋㅋㅋ 정말로 좋았으려나 ㅋㅋㅋ 아들이 아니여서 얼마나 싫었을까요 ㅋㅋㅋ 싫은데 십몇년동안 내색 않고 키워주려고 얼마나 얼마나 힘들었을까 ㅋㅋㅋㅋㅋ 내가 얼마나 싫었을까요 동생이랑 싸울때마다 얼마나 내가 싫었을까요 아마 날 죽이고 싶었을지도 몰라요
성적에 목매는 그냥 그저 그런 아이. 이번 성적이 안나온다면 부모님 탓을 할지도 몰라요 ㅋㅋㅋ 웃기네요 끝이 이런식으로 난다는게 ㅋㅋㅋ 어느 선 안에서 벗어나기 싫어서 유지해오던 성적은 유지하고 싶네요 몰라요 그냥 괜히 성적에 집착하게 돼요.
끝까지 자존심 세우려는 아빠.
한명이라도 편 더 만들고 싶어하는 엄마.
아닌척 하려는 아빠.
불쌍해보이려는 엄마.
아무렇지도 않아뵈는 나와
아무런 나.
그래서 엄마아빠 이혼하면 동생은 꼭 제가 데려가려구요 이혼하는날 정말로 가출을 하던지 어떡하던지 데려가려구요. 아빠도 독자인 동생이 좋을거고, 엄마는 그래서 아빠한테 필사적으로 동생을 뺏을거고 ㅋㅋㅋ 쓸모없이 태어나서 일해주고 엄마아빠 좋은일만 해줬으니 이젠 어떡할지 모르겠습니다.
엄마는 바람핀 아빠한테 배신감 느꼈다지만 싸움을 길게 끌어갔고
아빠는 애초에 죄가 있는데 저는 무슨 죄죠? 제 동생은 무슨 죄죠? 둘이 그렇게 된건 절대 제 잘못이 아니고 제 영향이 미친것도 아닌데 이게 무슨 상황이죠? ㅋㅋ
결혼하지 말라고 하시네요 ㅋㅋㅋ 아빠 들으라고 저한테 그러셔요 ㅋㅋ 아빠같은 남자 만날수도 있으니까 결혼하지 말라고 ㅋㅋㅋ 딸 앞길을 망쳐놓으시려고 작정을 하셨어. 이런식으로 사람 끌어들이면서 싸움 말릴라 치면 넌 낄 자리 아니래요
정상적인 사람이 되진 못할거예요 난 어른되서도. 엄마아빠처럼 될까봐 어른같은거 되고싶지도 않지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