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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12 16:51:14 , Thursday
털어놓고 얘기하기에는 민감한 일이라서 요즘 계속 속앓이를 하고 있답니다. 굳이 똑부러지는 답변을 얻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그냥 속으로만 응어리진 이거 표출하려고, 그러면 좀 속이 편하지 않을까 싶어서 이렇게 글남기는 거랍니다. 횡설수설 푸념이라도 좀 늘어놓으려구요 .
친한 친구가 있어요 .
친하다. 이말만으론 부족한, 벌써 만난지 10년이 다 되가고 있는 그런 가족같은 애에요 .
그 십년동안 어떻게 붙어다녔나 싶을 정도로 나하고 성격도 달라요 . 얌전하고 조신하고 딱 , 옛날 어머니 아버님들 좋아하셨을 그런 천상여자 같은 애에요 .
성격답게 술도 몇모금 못마시는 이 지지배가 먼저 술마시자는 말을 꺼냈을 때부터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긴 했는데 ..
정말 듣는순간 제 귀를 의심하게 되더라구요. 커밍아웃했어요 제 친구가 .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그게 여자라고 .
반사적으로 너 미쳤어 ? 이말부터 튀어나왔어요 . 이런말을 하면 얘한테 상처를 주겠지 이런말을 하면 안되겠지 이런 이성적인 생각을 할만한 타이밍도 놓치고 그냥 저말부터 나오드라구요 .
소주병 부여잡고 엉엉 우는 친구 안쓰럽다고 토닥여줄 생각도 못하고 저도 술김에 뭐라뭐라 몇마디 한 것 같은데 기억을 더듬어 보면 좋은 말은 하나 없었던 거 같네요 . 니가 제정신이냐 뭐냐 뭐 그런 말들이나 지껄였던 것 같아요 .
그 친구랑 저. 그렇게 어린 나이는 아니에요 . 올해면 대학을 졸업하게 되요 . 정해진 꿈이 있고 길이 있어서 졸업을 하고나면 바로 그 노선에 뛰어들 거고 정말 어엿한 사회인이 되기 얼마 남지 않은 그런 진지한 나잇대에 들어섰어요 .
지금 이시점이 아니라 한, 중고등학생쯤 되었으면 제가 좀 더 관대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남들과는 조금 다른 특별한 사랑 ... 뭐 이런 드라마틱한 요소에 광분하는 철없는 어린애가 되어서 오히려 친구의 힘든 사랑을 응원해주고 괜찮다고 다독여주고 그랬을지도 모르겠어요 .
예 단정지을 수 있는게 아니라 그냥 ' 그랬을지도 모르겠다'에요.
몇년 후면 든든한 사람하고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
정말 남일이 아니라 당장 내 일이 되고 자기 일이 될텐데...
여자라니. 동성애라니.
친구가 행복해 하는게 좋아요 . 내 친구니까 , 내가 가족만큼 사랑하는 내 친구니까 웃고 있는 모습이 제일 좋고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그래서. 친구가 그사람하고 함께 있는게 좋다면, 그사람을 사랑하는 지금 이대로가 정말 좋다고 그렇게 말하면...... 정말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
친구를 너무너무 아끼고 사랑하는 나마저도 미쳤냐는 소리 아무생각없이 툭툭 내뱉는데 하물며 내 친구를 아예 모르는 사람은 얼마나 두꺼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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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윈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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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가족같은 친구였다면 저 역시도 많이 걱정이 될 것 같아요. 저도 중학생 때 유행을 탔었는지 아니면 성향이 그랬던건지 여자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사귀던 언니와 헤어지고 나서 울며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뭐라 딱히 할 말도 찾지 못하고 등만 쓸어주던 기억이 나네요.
글쓴 분도 그렇고, 친구 분도 그렇고 두분 다 완연한 어른이시네요. 그렇다면 친구분도 분명 알아서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 있을거에요. 동성을 좋아하고 있지만 막무가내로 좋아하기만 하는게 아니고 앞으로 그에 따를 상황들에 대한 걱정도 나름대로 많이 하고 계실테구요. 친구분도 글쓴 분의 입장에서 나오는 안좋은 얘기들을 충분히 수긍하고 계실거에요. 시간을 두고 지켜보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만약 제 친구가 제게 그런 고민상담을 해 온다면 그 친구의 의견을 존중해 주고, 가끔 고민상담을 해온다면 그것도 들어주겠지만 뒷 일은 모두 네가 감당해내고 책임져야 한다고 얘기해주고 싶네요. 그리고 왠만하면 그냥 평범한 여성으로 돌아오라고 말해주고 싶을 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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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orld of MinSyung [X'e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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