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한 반년 남짓 사귀던 사람이 있었는 데요.
딱 보기에 '아 이민우 닮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남자였습니다.
동갑이였죠.
영화 보러 갔다가 제 볼에 뽀뽀 하길래
필받은 제가 해버리고..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였지만요.
그리고 제가 M 좋아한단 소리 듣고 춤도 배워서 춰주고
귀여운 구석도 있고..
매너도 좋고..
착하고..
남자가 그 쯤 되면 인기가 있을 거 아녜요. 많이...
어떤 한 아이가 제게 오더니 "너 안 꺼져?"
소설이나 만화에서 보던 그런 행각들이 제 눈에 펼쳐지더군요.
막 모래를 뿌리질 않나 발로 차질 않나.
듣도보도 못한 욕을 좀 하더군요.
일단 여자는 때리지 않는 주의라서 때리진 못하고 있는 데
입 열기도 귀찮아서;;
그 것들이 어떻게 저희 어머니 성함을 알았는 지
...그 거 가지고 좀 욕을 퍼붓더군요.
성함이 욕하기에 딱 좋은 터라..
저희 어머니 욕하는 건 못 참아서...
지금까지 한번도 참은 적이 없어서...
뭐.. 그런 이유로 한 대 쳤죠. 딱 한 대. 것도 살살...
여자라 힘이 안 들어가데요...;
뒤에서 목소리가 들리더군요..
"너!! 왜 사람을 패!!!"
뭐냐. 딱 이 한단어가 머리서 맴돌더군요.
상황 설명하기도 귀찮고 그래서 가만히 있었더니
그냥 믿어주길 바란 것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붙어다니고 알거 모를거 다 알던 사이라..
멀쩡히 있다 갑자기 울먹거리던 여자애를 자신의 뒤로 숨기더니
"나 너 이러는 앤줄 몰랐다. 다신 보지 말자."
위로해 준답시고 어깨에 손을 턱하니 올리고 뒤한번 안 돌아보면서 가더라구요.
전 모자를 푹 눌러쓰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정확하게 집으로 간건 아니지만요.
그래서 어쩌다가 그렇게 헤어지고.
만났어요. 그러니까 일년 쯤 지난 거..일거예요.
아쉽게도 그 때 그 영화관이랄까요.
1408 보고 재미없어서 에라이~하고 기담을 보러 들어갔는 데.
제 친구 주르르 앉아있구요.. 제가 한칸 떨어져서 커플석에 앉게 됬거든요..?
재미없으면 발 올리고 자려고요;; 허허허;;
그런데 그 막 시작하려는 데 티켓 빨리 끊고 들어오는 사람들 있잖아요. 그 사람들 중에 하나가 그 아이더라구요.
자리를 바꿀 수도 있는 데 제 옆에 턱 앉더군요.
올리고 있던 다리를 슬그머니 제 앞으로 모셔와 쭈그려 앉아 있었어요.
기담도 별로 재미 없어서 멍하니 있는 데
옆에서 말을 걸어오더군요.
"어떻게 여기서 만나냐."
"어"
"여기 그 자린데."
"...."
"생각 안나?"
"생각나."
"나 니 친구랑 안 만나. 여성적인 사람은 정말 싫어."
"응"
"울던데."
"아 씹.. 왜 울려!!"
(...아 사람들의 시선이;;)
"구라야. 앉아."
여전히 밝은 목소리더라구요.
쓸데없는 장난하며..
뭐라고 했는 데 잘 못 들었습니다 자느라;
깨우더라구요. 아. 정확하게 그 아이가 무서워서 제 손을 덥썩 잡은 것 뿐이지만.
"으윽-.."
"..뭐야.."
"아니 저거."
...별로 징그럽지도 무섭지도 않은 데. 전 급히 손을 땠죠.
엄청 커진 손에 놀라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고.
영화가 끝나고 서둘러 나왔어요.
속으로 젠장젠장젠장 거리면서요;
일단 저도 여자기에.. 쪽팔려서 일까요.
지나가던 사람들이 '사내'라고 볼 정도로 하고 나돌아 다녔던터라...
그래서 집에 가는 데
문자가 오더라구요. [다시 나랑 같이 놀자.]
지금 답장을 [잘 모르겠네.. 나중에 문자 하자.] 라고 해놔서..
이거 어떻게 해야 될지...
정말 착하고 순수하고 이쁜 아이라
잡아야 할 지..
상황 하나 안 듣고 일방적으로 의심하고 알고나서도 한마디 안 한 아이라
싫다고 해야할 지..
모르겠어요.
그냥 모르겠어요.
....민우님 얼굴 닮은 건 좀 아까운데~ 라는 철없는 생각도 하네요.. 하하하하.
그 때 생각에 갑자기 눈물도 쏟아지고;;
한번도 안 울었었는 데.. 우연히 얼굴 다시 봐서 그런가요.
막 억울하고 답답하고 막.. 아아아-
슬픈 영화봐도 눈물하나 안 쏟았는 데..
으윽; 친구말대로 기담 안 보고 노래방이나 갈 걸 그랬나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