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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28 00:59:56 , Friday
제 딴에는 나름 심각한 문제라 병원까지 찾아가보았지만 아무 이상없다고 하였습니다.
고민 끝에 엑스에 이렇게 익명으로 글을 올립니다.
다소 긴 글이라 지루한 감이 없잖아 있을수도.. 죄송합니다.
사랑했던 사람과 인연의 끈을 놓은지도 벌써 한달이 되어갑니다.
제가 있는 이 곳은 한국이 아닙니다.
이 곳에 온지 얼마지나지 않아 사랑했던 사람에게 편지가 왔습니다.
어디에도 저를 정리했다는 직접적인 표현은 없었어요.
그런데 어떤 단어 하나가 그렇게 거슬리더라구요.
.....'언니'..
그 사람은 저 보다 2살 어린 고3 수험생입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후로부터는 그 사람과 저 사이에서 저 호칭은 자연스럽게 묻혀졌습니다.
저도 '언니'라고 불리는 게 썩 달갑지 못했었고
그 사람도 자연스럽게 애정표현이 담긴 호칭으로 바꿔 부르더라구요.
언니란 단어를 이상하리만치 싫어했던 그 사람은 아무리 크게 싸우고 저에게 토라져도
언니라고 부른 적은 극히 드물었습니다.
그랬던 사람이 오랫만에 받은 편지에 언니란 말을 남발하니..
제가 어찌 신경쓰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어찌됐든 그 날 밤, 정성스럽게 편지 답장을 쓰고 나니 그 사람의 목소리가 간절해지더라구요.
고민 끝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출국하기 전 날 밤 전화통화 한 후 처음 듣는 목소리였죠.
다행히도 목소리가 무지 밝더라구요.
그런데.. 호칭은 다행스럽지 못했습니다.
전화받자 마자 왜 이제 전화했어 이러면서 징징거릴줄 알았는데
"여보세요? 어? 언니야? 언니지!!!!" 이러는겁니다.
반가움도 잠시 였습니다. 소심한 저는 바로 시무룩해졌죠.
그렇잖아도 언니란 말 때문에 예민해있었는데 말이죠.
그래도 정말 반가워하는 그 사람때문에 티도 못 내고 애써 괜찮은 척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전화를 끊기 전 너무 못 참겠어서 결국 물어봤습니다.
"언니가 뭐야."
이렇게 물어봤더니 응? 이러고 되묻더라구요.
그래서 다시 진지하게 물어봤습니다.
"나 너한테 누구야? 너한테 언제부터 언니된거야."
그랬더니 아무 말도 안 하더라구요. 불안해졌습니다.
입술이 떨리는게 느껴졌습니다. 꾹 깨물고 다시 한번 물어봤죠.
오랫만에 전화해서 까먹었어? 나 언니 아니잖아. 다시 불러봐.
그러고 한참 대답 기다리는데, 결국엔 ...언니.. 라고 하더군요.
손가락 끝에서 부터 온 몸으로 찌릿-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 전율 끝에.. 눈물이 떨어졌습니다.
평소 눈물이 많던 저라서 어느 정도 예상은 했는지 그 사람이 말했습니다. 정리 다 했다고.
눈물만 떨어지면 좋으련만 목소리까지 눈물에 잠겨버려서 아무 말도 못하는 저에게 그 사람은 계속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전부터 정리해왔다고 그래서 지금은 다 했다고 미안하다고..
어떻게 말 한마디 하지않고 혼자 정리하냐고, 너 정말 나쁘다고 이기적이다고 화를 내볼까 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은 곧 다가오는 수능때문에 제일 힘든 고3 수험생이었습니다.
그 날 전화통화 내내 학교이야기, 학원이야기, 공부이야기만을 하며 투정을 부렸던 사람에게 차마 그런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서둘러 눈물을 감추고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건냈습니다.
그래. 그래서 편지에 언니라고 썼구나. 나 눈치 빠르지? 편지 읽을 때부터 대충 눈치 까긴했는데-
하며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식으로 얘기했습니다.
그러다가 더 이상 울음을 참을 수가 없어서 그 사람에게 국제전화라서 비싸다는 핑계를 대고 전화를 끊자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사람이 그러더라구요.
"전화끊고 울려고 그러지? 나 때문에 우는거 싫어.
미안하지만 언니도 빨리 정리해.
그리고나서 우리 이제 언니동생하자."
막힘없이 자기 생각을 말하는 그 사람때문에 할말을 잃었습니다.
한참 아무 말 없이 있다가 전화를 끊기 직전에 말했습니다.
너 지금 고3 아니었으면 나한테 진짜 죽었을텐데. ..공부 열심히 해라 그지야. 난 열심히 울어야겠다.
이렇게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발신번호를 확인하고 저 인지 알았던지 가라앉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더라구요.
계속 목소리 들으면 또 울어버릴까봐 제 할 말만 해나갔습니다.
"정리도 하고 언니동생도 하자고 했었지. 니 말대로 해줄게.
근데 두개 다 해주는 건 억울하니까 정리하는거 그거 한개만 해줄게.
대신 너도 내가 해달라는거 하나 해 줘. 해줄거야?"
그랬더니 "들어보고. 뭔데?" 하길래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습니다.
"너랑 나, 연락하지말자"
이렇게 그 사람과 저와의 인연은 끝을 맺었습니다.
전화를 한 날부터 일주일간은 정말 두세시간씩 울다가 잠들었습니다.
2년넘게 사겼던 사람과 헤어졌다는 것,
나를 무척 싫어하시는 그 사람의 부모님들,
힘들어도 주변 사람에게 티도 못내고 혼자 앓는 것,
공부하는데 방해라도 될까봐 매달리지도 못하는 내 자신,
붙잡아봤자 어차피 한국이 아니라 만날수 없는 여건,
무엇보다 이제 곧 대학생이 되는 그 사람을 더 이상 제 옆에 묶어놓기 싫었습니다.
일주일간 이런 생각들이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더라구요. 정말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주변 사람들 마저도 무슨 일 있냐며 안색이 안 좋다고 물어오는 통에 하루에도 몇번씩 울컥- 했었죠.
그런데 가장 심각한 문제는.. 언니라는 말에 제가 너무 심한 거부반응을 일으킨다는 겁니다.
지금 제가 있는 이 곳에 저 보다 어린 한국인 여학생이 3명이 있는데 그 아이들이 저를 부를 땐 당연히 언니라고 부르죠.
언제부턴가 언니라는 말을 들을때면 식은땀이 나기 시작하고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땀도 잘 흘리지 않는 편인데 요즘에는 손수건까지 챙기고 다닙니다.
머리가 제일 먼저 지끈 거리면 곧 이어 콩콩 거리던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하고
이마, 목, 등, 손에까지 땀이 나기 시작합니다.
언니란 말로 저를 부를 때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대화속에서 언니란 말이 나와도 그런 반응이 나타나고는 합니다.
그리고는 그 후에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자꾸 그 날의 전화통화가 생각나고 그 때의 기분이 떠오르고 곧 우울해져버립니다.
이제는 밤마다 자기전에 대성통곡하는 일도 없는데 이상하게 언니라는 말만 들으면 몸이 먼저 반응을 해옵니다.
제가 그 말 때문에 너무 충격을 받은 걸까요..
병원에서도 아무 이상없다고 하는데 왜 이러는걸까요.
제 마음가짐이 뭔가 삐뚤어진걸까요.
요즘 이 문제 때문에 너무 힘들어 서서히 웃음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어차피 진실된 웃음도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위로라도 받고싶어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다소 부담스러운 글이 되버린것 같지만 짧게 몇줄이나마 위로글 남겨주셨으면 하네요.
여기에 이렇게 적음으로써 마음이 한결 편안해짐을 느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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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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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이란 시간이 짧지않으니까 그런거겠죠^^ 사랑하면 이별도 하고 이별하면 그 잊어내는 시간이 참 힘든일이죠 누구한테나.. 받아들이기 싫은걸 억지로 받아들이셔야해서 그런 거부반응이 생기신거니깐 조금씩 그렇게 하신 그분을 이해해주시고 그걸 이해하는 자신도 이해하면서 견뎌내세요. 타지에서 건강하셔야죠 ^^
댓글을 쓸까 말까 고민했어요. 자기 일 아니니까 쉽게 얘기한다고 생각할지도 몰라서요 ^^ 그치만 저도 이별을 길게 한사람으로써 짧게 남깁니다. 힘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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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GIHI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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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게 사랑을 해왔고, 또 그 '언니' 라는 호칭이 님께서 사랑했던 사람하고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연관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연상 작용으로. 지금 이 시기가 이별하신지 얼마 안되서 과도기를 겪는 중이라서 그런게 아닐까 싶어요. 더군다나, 그렇게 어렵게 어렵게 사랑을 이어갔는데, 님께서 모르는 사이에 그 분 임의대로 정리했다는 그 충격이 너무나 큰 나머지, 다른 사람한테도 그 호칭을 통해서 영향을 받으시는 것 같아요. 지금, 국내도 아니고 타지에서 거주 중이시라고 하는데, 이러한 처지에서 더더욱 힘드시겠어요...그저, 힘내시라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저이지만, 사랑에 너무 아파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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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은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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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님과 같은 상황이였어요. 그 아이와 헤어졌을 때... 그 아인 저한테 언니라고도 안 불렀었어요. 자기 라고 부르면서 이제 공부를 해야 한다고 하면서 저랑 헤어지자고 했었어요. 저는 진심이였는데 말이죠. 저요, 님보다 더 비참 했어요. 솔직히 저도 님 심정 이해 안 간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같은 경험을 해봤으니까 충분히 알고는 있어요. 하지만 말이예요... 정말 사랑했던 마음만 인정한다면... 저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정말 사랑했던 사람이면 쉽게 놓아줄 수 있는게 사랑이라 생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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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성탕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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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분을 많이 사랑하셨었나보네요.. 사랑하는 마음이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놓혀진 기분-... 거기에 대한 의미가 그 단어에 들어 있기때문에 더 힘이 드신것 같아요. 윗분 말씀처럼.
....지금 당장 님에게 잔인한 말일수도 있지만, 머리가 아니라 마음 속에서 그 분을 정리하셨으면 좋겠어요. 급하게말고, 천천히말예요.... 그 분을 위하는 것 말고- 님 자신을 위한 배려를 해주셔야죠. 사랑후에 상처는 혼자서 치료해나가야 하기때문에 더욱 아픈거라 많이 아파했고, 많은 눈물을 흘린 님의 마음은 더 지치고 힘들잖아요. 이제 조금은 쉬어줘도 괜찮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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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orld of MinSyung [X'e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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