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08-01-19 14:04:52 , Thursday
늘 혼자서 일기만 쓰다가, 도저히 가슴이 답답해서 익명 게시판을 빌려요.. 뭐부터 시작해야할까요. 생각해보면 아주 어릴 때 부터 제가 이렇게 살아가야 한다는 건 운명으로 정해진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엄마를 생각하면 늘 너무 사랑해서 안타까운 심정과, 너무 미워서 떠나버리고 싶은 심정이 교차해요.
엄마는 이혼을 했어요. 2년전 쯤에요. 사실 이혼가정이 요즘 무슨 큰 일도 아니니까요.. 아빠는.. 아빠라고 부르기도 싫지만, 그 사람은 엄마를 한번도 사랑한 적이 없었던 거 같아요. 두 분이 이혼한 이유는, 가정폭력 때문이었어요. 그 사람은 술을 마시고 와서 엄마를 때리고 제동생, 저를 못살게 굴었죠. 정신이 멀쩡할 때는 입을 꼭 다물고 아무 말도 안하다가, 술만 마시고 집에 오면, 엄마를 개패듯이 팼어요. 그리고 제가 고등학교 2학년이었을 때, 길거리에서 엄마를 때리더군요. 술을 마시고 와서는.. 그 때 신발을 손에 들고, 울면서 집으로 걸어오던 엄마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명해요. 엄마는 20년을 그렇게 살아왔어요.
그렇게 맞으면서 살아왔어요.. 엄마는. 그렇다고 그 사람이 능력있는 사람도 아니었어요. 회사를 제대로 다니면서 엄마에게 월급 봉투를 가져다 준 것은 6년이 전부일 거예요. 제가 고3이 되었을 때, 엄마와 저, 제 동생은 그 사람과 연락을 끊었죠. 그리고 엄마는 그 때부터..
이 말은 아무한테도, 저와 제일 친한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친구에게도 하지 못한 이야기 이지만, 익명이니까, 말 할 수 있어요.
대중목욕탕에 가면 목욕관리사 아주머니들 계시잖아요. 그냥 보통 사람들이 때밀이 아줌마라고 부르는.. 그 일을 하기 시작하셨어요. 이 일이 부끄러운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니죠. 엄마 스스로도 무척 괴로워하셨어요. 한번도 그런일을 하신 적이 없는데, 자식들의 학비를 대기 위해 그 일들을 하셨죠. 사실 자기 몸 하나 씻는 것도 정말 힘든데 엄마는 얼마나 힘드실까 하는 생각을 하면 그 힘든 것을 가늠할 수 조차 없어요. 그런데 엄마는 살기 위해, 먹기 위해, 자식을 키우기 위해 그 일을 하셨죠.
그리고 제작년에 엄마와 그 사람은 서류상으로 이혼을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저는.. 정말 엄마에게 몹쓸 딸이 되어서, 재수, 삼수까지 하게 되었어요. 아마, 저는 엄마 앞에서 평생 죄인처럼 살아가야 할 거예요.. 엄마가 그렇게 생각을 안 하셔도, 제 스스로가 저를 용납할 수 가 없어요. 저희는 원래 살던 집보다 작은 집으로 이사를 갔어요. 그리고 엄마는 계속 그 일을 하셨어요.
엄마는 화를 내는 횟수가 부쩍 늘어났어요. 작은 일에도 파르르 떠시며 화를 내셨어요.. 몸이 힘드니까, 생활이 나아지는 게 없으니까 그런 거겠죠.
엄마를 생각하면 너무 안타까운데, 또 한편으로는 너무 미워요. 정말 이기적인 생각도 들어요. 이럴 거면 왜 낳았나, 그런 유치한 생각까지 들어요.. 저는 많은 걸 바란 게 아니었어요. 그냥 평범한 가정을 바랬을 뿐인데.. 그 사람은 그립지 않지만 아빠라는 존재는 그리울 때가 있어요. 친구들을 보면 다들 아빠가 있는데, 그게 너무 부러울 때도 있어요. 그냥 초연해지고 싶은데 그게 안되요. 제가 아빠라는 존재를 그리워 하는 것처럼 엄마도 남편이라는 존재를 그리워하겠죠?.. 엄마가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그리워하겠죠.
그냥 심장이 먹먹하네요.. 내가 그렇게 잘못 살았나, 이런 생각도 들어요.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해서 나한테 이런 고통을 주나, 하는 그런생각도 들어요.
힘이 드네요.. 엄마가 화를 내는 것도 이해를 하지만 지치네요.. 사는게 힘들어요. 살아가는 게 너무 힘들어요.
저나 제 동생이 없으면 저녁도 제대로 안 챙겨먹는 엄마, 친척들한테 먼저 전화해도 될텐데, 죄지은 사람 마냥 절대 먼저 연락을 하지않고, 오로지 기다리기만 하는 엄마, 점점 부정적으로 변해가는 엄마, 불쌍한 엄마..
그냥 떠나고 싶어요. 엄마고 동생이고, 친구고 다들 남기고 아무도 저를 모르는 곳으로 가버리고 싶어요. 한국에서 맺은 인연들을 다 끊어버리고 싶어요.. 비겁하다고, 무책임하다고 욕해도 그러고 싶어요.. 할 수 만 있다면 그러고 싶어요.. 피하고 싶고, 도망가고 싶어요. 가슴 한 가운데에 돌덩이가 박혀있는 거 같아요.
정말 전 어쩌면 좋죠.. |
|
| 미리내 |
|
사람이라는거 다 그래요.. 현실을 가슴 피고 정면으로 바라볼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사람 될까요? 마냑 정말 힘들땐 돌아가도 괜찮아요. 다만 돌아가는 길이 더 나은 길로 갈수 있는 방향으로 이어진 길이라면요.... |
|
|
|
|
| 필립보우 |
|
저도 힘들면..맞서 싸우자는 생각보단 도피하자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나약한 성격 탓도 있겠지만, 당장 힘이 들고 무기력해 지는데 싸우고 싶은 생각조차 없어지는게 사실이거든요..그래도 말이에요, 그렇게 도망가버리면 나중에 너무 후회하실 것 같아요. 지금 뭐라 말씀드린들 많이 힘이 되진 않으시겠지만..그래도 힘내세요! 글쓰신 분께서 긍정적으로 사셔야 엄마께서도 위안이 되실거에요. 당장 앞 보다는, 크게 보시라는 조언을 해드리고 싶어요. 당장 사는게 힘든마당에 이런 얘기 들으시면 화나시고, 사치라 생각하실 지 모르겠지만 그냥 제 생각이 그래요.^^ '나는 지금 행복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고 생각하시면서, 힘내시길 바라요! 화이팅! |
|
|
|
|
|
|
|
|
The world of MinSyung [X'eks]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