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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5 02:53:23 , Sunday
안녕하세요.
익명방에 꽤 자주 들르는 편이지만 다른 분들의 고민에 조언을 드릴 만큼 뛰어나지도 않고
아는 게 많지도 않아서 눈팅만 하고 나가는 한 사람입니다.
글을 꽤 많이 읽어보다가... 저도 용기를 내어 글을 쓰려고 해요.
저는 지금...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대인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반 친구들과도 꽤 친하고, 마음을 터 놓을 수 있는 친구가 중학교 친구부터 해서
네명정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 안들을 정도의 처신은 알아서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 가슴 속에는 아직도 아픈, 깊은 상처가 하나 있습니다.
이 상처를 알고 있는 사람은 셋 정도.
사실 세명도 제 이야기를 들어주기는 했지만 제가 느끼는 정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더라구요. 아 뭐 그렇다고 제가 그 세 명을 원망하는 건 아닙니다. 어찌됐건 남의
일을 자기 일처럼 받아들이기는 어려우니까요. 당사자가 아닌 이상.
그리고 이게 인간관계에서 누구나 흔히 입을 수 있는 상처라서 더 무심해지는 걸지도 몰라요.
서론은 이쯤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음... 지금 봐도 저는 많이 미성숙하고 철이 없어요. 세상 물정을 잘 모릅니다.
지금도 이러니 어릴때는 얼마나 어리고 아무것도 몰랐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바보가
없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유치했어요. 남들이 날 알아주지 못할까봐 잘난척도
진짜 많이 하고. 나 잘난거 다 떠들고 자랑하고 다니고. 그래야 남들이 알아줄 거 같아서
그런거죠. 그리고 뭐랄까... 생각을 숨기는 법이 없었어요. 좋게 말하면 솔직한건데
나쁘게 말하면 입을 갈무리하지 못한달까. A가 나한테 와서 B를 욕하면 B에게 가서
야 A가 이렇게 말하더라 라고 하는 식이었죠.
근데 바보가 무서운 건 자기가 바보라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래요.
저는 제 그런 행동 때문에 제가 욕을 먹고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었어요.
저는 여중을 나왔는데요, 여중여고 나오신 분들은 다 아실걸요. 여자애들이 얼마나 영악한지.
그룹지어서 다니면서 또 그 그룹내에서도 패갈라서 욕하고. 뒷담화 장난 아니고.
제가 그 대상이었던거죠. 근데 저는 정말로 하나도 모르는 바보였어요.
그래서 저는 좋았죠. 제가 하고싶은 말 다 하고 살았으니까요.
사건은 중학교를 졸업할 때 쯤 터졌어요.
저는 특목고에 재학중인 학생입니다.
특목고 입학 시험은 제가 들어갈 때는 11월 초쯤 봤던 거 같아요.
특목고 준비를 하다 보면 뭐 준비하는 애들끼리 모여서 커뮤니티를 만들고
그런 경우가 많은데 저도 그런 곳 중 하나에서 활동을 했어요.
거기서 이제 활동을 하는데 어느날 메일을 받았어요.
님이랑 동갑인 여자애고 같은 학교 준비하는데 친하게 지내보자고.
어찌나 살갑게 장문의 편지를 썼던지... 감동받은 저는 좋다고 친구하자고 그랬죠.
편의상 A양이라고 할게요.
그리고 나중에 알고보니 A양이 같은 학원에 다니고 있어서 오프라인에서도
자주 보고 그랬어요. 그 애는 볼때마다 저한테 살갑게 인사를 하면서 잘 대해주고
그래서 이야기도 많이 하고 그랬어요.
특목고 시험은 두번 봐요. 특별전형 일반전형. 대학 수시 정시랑 같죠.
저는 어떻게 운좋게 특별전형에 붙었고 정말로 기분이 좋았어요.
친구랑 막 놀러다니고 하고 싶었던거 다 하고. 핸드폰도 사고 렌즈도 맞추고.
그런데 특별전형 발표나고 일반전형 시험치기 전까지 약 일주일 텀이 있었는데
그 사이에 밤에 그 여자애한테서 전화가 온 거에요.
너 진짜 나대지좀 말라고. 깝치치도 말라고. 붙었으면 단 줄 아냐고.
너 잘난체 하는 거 꼴보기 싫다고. 너 친구중에 너 좋아하는 애는 아무도 없다고.
정말 듣도보도 못한 육두문자를 쏟아내면서 말을 하는데
그것도 그애 혼자만 그런게 아니라 그 떨어진 애들 몇명이 돌려가면서
저한테 그런 말들을 쏟아내는데 진짜 너무 무서운 거에요.
그래서 평소에 그래도 친하게 지내던, 초등학교 삼학년 때부터 친구였던 애한테
전화를 했는데 (그 친구도 같은 학원 다녀서 A를 잘 알아요) 걔가, 진짜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전해주더라구요. A는 진짜 너 처음 봤을 때부터 욕하고 다녔다고.
시험 같이 친 날에도 끝나고 하는 말이 너 욕이었어. 걔 아마 자기가 아는 사람들한테
다 너 욕하고 다녔을걸. 분위기가 그런 거 같더라. 이러는데... 진짜... 온몸에 힘이 쫙 풀리고
정신이 하나도 없더라구요.
제가 그렇게 바보는 아니었는지 저를 별로 싫어하지 않는 친구들이 몇 있었어요.
걔들한테 내 얘기가 어떻냐 하고 캐물으니까 다들 주저하면서 해주는 말이
너 최악이다. 소문이 장난이 아니다. 완전 잘난척하고 나대는 애로 찍혔다.
이렇게 말을 해주는 거에요.
진짜 하루하루가 좌불안석이었어요. 잠을 못 자고 밥도 안넘어가고 학교 다녀오면
방에 들어가서 문 잠그고 울기만 하고. 팬생활은 할 생각도 못하고.
정말 너무 끔찍했어요. 어떻게 그렇게 앞에선 살가우면서 뒤에서는 그런 욕을 하고 다니나.
저는 감정이 다 드러나요. 좋은건지 나쁜건지는 모르겠지만 싫은 사람 앞에서 친한척
절대 못하거든요. A양이 도저히 이해가 안됐죠.
그 뒤로는 더 악순환이었어요. A양은 일반전형에서도 떨어지고 떨어진게 분했는지
제 합격에 대해서 악소문을 퍼뜨리고 다녔더라구요. 사실 A양이 만들어낸건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걔 입에서 흘러나왔다고 들었어요. 돈을 써서 합격했다는 둥, 심사위원들한테
선물을 돌렸다는 둥, 어쩌고저쩌고.
거기다 더 무서운 건 A양이 발이 진짜 넓었다는 거에요. 심지어 제가 합격한 학교 선배들
중 아는 사람도 많아서 그 사람들한테 모두 제 뒷담화를 깠대요. 하도 욕을 해대니까
쉬는시간에 선배들이 제 홈피에 들어왔다 가기까지 했더래요. 얼마나 나쁜앤가 싶어서.
제가 춤을 배우러 다니던 적이 있었어요. 네 번 갔나? 전화가 온거에요.
너 춤배우냐? 깝치지 말고 몸 사려라. 그 춤 배우는 학원에 A양 아는 사람이 있었던 거죠.
일련의 일들이 일어나면서 저는 완전히 자신감을 잃었어요. 진이오빠가 컴백할 때 쯔음
공황장애 얘기 한 적 있었죠. 저 그 기분 완벽히 이해해요. 제가 그때 공황장애 진단 받았거든요. 우울증이랑. 두개가 같이 올 수도 있나? 하여간 그래서 저녁에 저는 맨날 엄마랑 같이 잤어요. 엄마가 저 죽을까봐 걱정되서 혼자 못 내버려 두겠다고 하셔서.
지금은 시간이 많이 지나서... 정말로 괜찮아졌어요.
그리고 많이 자랐달까, 그래서 제법 똥 된장 가릴 줄도 알게 되고 나름 사람 만나는
법을 아주 모르지는 않는 상태라고 생각해요.
근데 진짜 가끔씩, 아주 가끔씩 너무 무서워요.
걔가 아직도 날 싫어하겠지? 라는 생각에.
제가 고삼인데요, 제가 쓰는 대학 같은 과에 A양도 쓴다는 소식을 접했어요.
그래서 지금 공부하면서도 문득문득 드는 생각에 무서워 죽겠어요.
같은 대학 같은 과 가서 4년동안 같이 보내게 되면 어쩌지.
저는 이번에 최진실씨 죽은거 정말로 이해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제가 삼년 전에 죽고 싶었거든요. 진짜.
사람이 죽으려면 (자살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대요.
내적인 요인이랑 외적인 요인이요.
내적인 요인은 뭐 우울한 심리상태라던가 절망? 그런게 있을 수 있고
외적인 요인은 뭐.. 경제사정이 안좋다던가, 왕따를 당한다던가 그런 게 있겠죠.
그 두 가지가 동시에 겹칠 때... 사람은 자살을 하게 된대요.
그나마 다행인 건 이 두가지가 동시에 겹칠 일이 별로 많지 않은 거래요.
아마도 제가 삼년 전에 죽지 않았던 건 외적인 요인이 좀 덜해서 그랬을지도 몰라요.
삼년 전의 일은 제 가슴속에 깊은 상처가 되어 남아 있습니다.
평생 가도 아물지 않을 상처라서 저는 A양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어요.
제 인생을 송두리째 쥐어흔들고 있는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상처를 안고서 더 힘차게 살아갈 생각이에요.
그게 저를 절망의 구렁텅이 속으로 밀어 넣었던 A양에 대한 최선의 복수라고 믿거든요.
제가 절망하고 그래서 죽어버린다면 A양에게만 좋은 거 아니겠어요?
아이고 요지가 없는 주저리가 되어 버렸네요...
제 말은... 희망을 갖고 즐겁게 살자는 이야기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그렇게 살아갈 거거든요^^
긴 이야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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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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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불안했는데 마지막을 보니 안심이 되네요. 다행이고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글쓴님은 자기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뭐라고 조언 할 필요도 없겠네요^^ 혼자서도 잘 해나가실거란 믿음이 드니까요. 지금 마음 그대로 간직하고 대학 생활도 즐겁게 하세요. 혹시나 그 A양이 같은 과에 진학하게 되더라도 신경쓰지 마세요. 어린 행동은 어릴 때 끝냈어야지 대학생이 되서도 그런 마음가짐에서 졸업하지 못한다면 그 A양이 정말 못난 사람이니까요. 그냥 그 사람은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친 사람인가봐요.
아무튼 멋져요. 앞으로도 그 마음 잃지말길 응원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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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조언 함부로 드리기도 뭣하지만, 뭔가 읽고서 꼭 댓글하나 달아드리구 싶어서요!
사람이 다 그렇죠. 다 잊고 지내는 기억인줄, 다 잊고 지내는 아픔인줄 알고 있었는데
막상 다시 그 생각을 하거나, 그와 비슷한 상황만 와도 그 때의 아픔은 다시 어떻게 생경하게 되살아 나잖아요.
님도 마음속 희망있고 활기찬 기운 뒤에 그러한 옛날의 잊지못할 아픔이 슬쩍 자리를 아직 피해주지 못한것 같네요. 하지만 걱정마세요! 보통 이런 아픔 뒤에 더 좋은 결과를 예상하고 희망하는 님 같은 분은 그것에 휘둘리실 분이 아니니까요ㅎㅎ 정말로 님의 말처럼 상처를 안고서 '더 힘차게' 살아나가실 글쓴이님의 태도에 저두 많이 배우고 가네요. 이정도면 남좋은일 해주신거예요ㅋㅋ 그런 아픔 하나하나 없이 세상을 배우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주체적으로 그런 기억들을 수용하시고 도중에 좌절하시지 말고 지금처럼 당당한 태도 잃으시지 않길 바래요! 저도 응원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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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나서 정말 눈시울이 붉어졌네요.
저는 학교 내의 대인관계가 그리 좋지 못한 편이예요. 3년 내내 3반 안에서만 애들이 돌아서 그런지...
한 번 깨진 관계, 되돌리기엔 너무 늦었더라구요. 그래서 학교에선 늘 혼자.... 그래도 학교 밖에선 나름 활발하고 그렇거든요. 그래도 이미 배신도 많이 당하고 상처를 많이 받아 인간관계가 너무 무서운 저는... 처음 시작이 두렵답니다. 요즈음에는... 저랑 친하지도, 말 한마디도 안 하는 애가 대놓고 저를 욕해요.
지나갈 때 마주치지만 해도 욕부터 나오고.... 왜 그러는지 저는 모르겠어요. 안 들은 척, 못 들은 척 하고싶은데... 제 욕하는걸 듣는건 정말 아무리 들어도 면역이 안생겨요. 귀는 항상 열려있으니까...
이 인간관계 때문에 받은 상처가 너무 심해서 늘 상처투성이 심장을 끌어안고 살던 저. 나쁜 마음도 많이 먹었죠. 자퇴할거다, 죽고싶다, 죽을거다.... 자퇴는... 작년에는 제가 선배님들이랑 같이 다녔어요. 동기 중에는 친한 애가 없고 하다보니... 어쩌다 선배님들이랑 친해졌거든요. 자퇴하고싶다 하니 언니가 '너 자퇴하면 절대 안 볼거다.' 그 말에 아직까지 버티고 있고, 죽을거라 했어도 아직까지 살아가고 있네요. 이 무섭기만 한 세상을... 이 세상 앞에 한없이 작기만 한 제가. 글쓴이님의 마지막 글을 보니까 저도 왠지 힘이 나는 것 같아요.
함께 힘 내서 살아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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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orld of MinSyung [X'e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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