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죽음이란 걸 알게 된 건 7살때, 외할머니의 죽음때문이었습니다.
외할머니는 아기였을 때 사진속에서의 모습밖에 없었기 때문에 와닿지는 않았지요.
어느 날 티비를 보는데, 엄마가 죽는 내용의 드라마가 나오더군요.
어린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무서워졌습니다.
엄마도 죽고 아빠도 죽고 나 혼자 남겨지면 어떻하나...하구요.
죽음이란 걸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막연한 두려움에 많이 울었습니다.
그 당시 갑자기 우는 저를 보며 엄마가 왜 우느냐 물어봤지만 차마 그 얘길 할 수가 없었지요.
세월이 흐르고 흘러 고1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고2때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비로소 죽음이란 걸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작년 겨울 내가 너무나 사랑했던 강아지를 보내야만 했을 때,
나는 산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10년이 넘는 시간을 같이 잠자고 밥먹고 집에 올때면 반겨주었던 강아지를
이젠 더이상 볼 수 없다 생각하니 마음이 미어졌습니다.
더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더이상 함께 할 수 없단 사실이 너무나 무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빠가 병원에 계시는 지금 나는 또 두렵기 시작했습니다.
나이를 하나둘씩 먹을 때마다 두려워지는 건 내 주위의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간다는 것입니다.
해를 넘길때마다 나는 소중한 사람들을 잃어갑니다.
그리고 그럴때마다 산다는게 무서워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 어쩌면 죽는다는 것보다 세상에 나 홀로 남겨진다는게 두려운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겉모습만 컷지 속은 아직도 애 그대로인..
성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9살때의 나와 전혀 달라지지 않은 지금의 나는 겁쟁이입니다.
나는 또 이렇게 나이를 먹어가고 그 다음해에도 또 그 다음해에도 아니 죽는 순간까지도
달라진 모습 없이 막연한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겠지요.
소중한, 익숙한 사람을 잃는 다는건, 함께할 수 없다는 건 정말 무섭고 씁쓸하고 아프고 두려워요. 그게 꼭 죽음으로 인해 비롯된 이별이 아니더라도요..그렇지만요, 헤어질게 두려워서, 못볼 게 무서워서 흘러가는 시간에 함께 흘러가지 못하고 숨고, 외면하다보면 시간은 자꾸만 가는데 더이상의 발전이 없을것 같아요. 어떻게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죽는다는건, 헤어진다는건 우리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것 같아요. 다만 헤어지기 전까지 그 존재와 지금 이 순간을 더 즐기면서 행복하게 보내는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아버지는 꼭 나으실거라고 믿어요. 약한마음먹지 마시고, 강하게, 즐겁게 사시라고 응원해드리고 싶습니다. 화이팅!
